임원 회의 결정으로 전 직원에게 AI 계정을 일괄 지급했다면, 이제 곧 부서별로 '조직의 동맥경화'가 진행될 것이다. 혈관은 뚫려 있어도 혈액이 고르게 흐르지 않으면 조직은 괴사한다. AI 도입도 다르지 않다.
문제는 기술 교육의 부재가 아니다. 업무 재설계가 없었던 것이다.
AI를 전사 도입한 지 1~2년이 지난 기업들에서 공통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.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상위 20%는 업무 처리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. 그러나 나머지 80%는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일하거나, AI가 생산한 결과물을 검토하는 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.
경영진은 AI 도입이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균등하게 끌어올릴 것이라 기대한다.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. 업무 프로세스의 전면적인 재설계 없이는, 기술이 조직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라놓는다.
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. AI로 여유 시간을 확보한 직원들은 그 사실을 숨긴다. 조직이 더 많은 업무를 부과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. AI가 만들어낸 잉여 역량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, 아무도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.
이번 주 리더가 해야 할 일은 AI 사용법 교육이 아니다. AI 도입으로 확보된 '잉여 시간'을 신사업 기획, 고객 관계, 품질 향상 등 어떤 핵심 가치에 재배치할 것인지, 직무 기술서(R&R)를 업데이트해야 한다. AI 도입의 성패는 모델의 성능이 아니라 관리자의 설계 역량에 달려 있다.